짧은 글/문화생활

2023.12.19.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자세(Carol and the end of the world)

도린매시 2023. 12. 19. 15:09

https://www.imdb.com/title/tt29629770/

 

Carol & The End of the World (TV Mini Series 2023) ⭐ 7.2 | Animation, Comedy, Drama

29m | TV-MA

www.imdb.com

 

이틀 동안 10개 화를 다 보았다.

 

처음에는 조금 답답한 40대 여성 캐럴의 소소한(배경 설정은 전혀 소소하지 않지만) 종말 일상이 이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3화 정도부터 캐럴이 수상한 회사에 적응하고 동료가 생기며 삶의 의미, 관계 맺기 등에 관한 깊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개인적으로는 캐럴의 독백이 길게 이어지는 부분들이 좋았다. 전에 재미있게 봤던 미드나잇 가스펠이 생각나기도 해서.

 

2화까지만 해도 나와는 많이 다른, 모험을 기피하고 이상한 데에서 고집스러운 캐럴을 좋아하게 될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주변인들이 캐럴에게 빠져드는 동안 나도 같이 스며든 것 같다.. 마지막 화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며 시리즈가 마무리 된다. 마지막 10화가 참 좋았는데, lost and found에서 딱정벌레 브로치를 찾아나서는 7화도 재밌게 봤다. 

 

얼마 전 친구들과 죽음, 삶에 대한 미련 등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다. 나는 정말 죽음에 초연할 수 있을까? 당장 7개월 뒤에 죽는다면 난 무얼 하게 될까? (종말이 덜도 말고 더도 말고, 애매하게 7개월 남았다는 설정도 재미있는 것 같다.)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나의 오래된, 소중한 사람들과 익숙한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을까? 나이가 들수록 후자에 가까워진다. 관계에 집착하는 건 나에게 해롭지만, 세상과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들을 흩뿌리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캐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