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여행

2024년 여름 몽골여행/2일차/바가가즈린출루-울란바타르-테를지국립공원-아리야발사원

도린매시 2024. 8. 14. 19:13

 
몽골 여행 2일차 기록이다. 거의 밤을 새고 바가가즈링출루까지 운전해 오신 가이드님들은 더 주무시게 두고 남편과 둘이서 아침식사를 했다. 사진첩을 확인해 보니 음식 사진이 거의 없는데, 내가 워낙 음식 사진을 잘 찍지 않기도 하지만 몽골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인 것도 있다… 대부분 음식에서 고기 냄새가 많이 났고 채소는 토마토, 오이, 상추가 전부였다. 그나마 바가가즈린출루 숙소 음식은 먹을만 했지만, 사진은 없다. 아침으로는 주로 소세지(아마도 양 혹은 염소가 들어간 것 같은), 간단한 채소(토마토와 오이), 팬케익 등이 나오더라. 러시아의 영향인지 따뜻한 물과 홍차를 준비해 두는 곳이 많았다.

 
식사 후에는 맑은 날씨를 즐기며 캠프 주변을 거닐다가 다음 지역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짐을 다 싼 후에도 시간이 많이 남아서 야외 정자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여행 내내 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언젠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라고 해서 샀는데 펴보지도 않고 몇 년을 방치한 책... 지금 확인해보니 5일간 절반 정도 읽었다. 처음에는 이야기의 파편들뿐이라서 다소 혼란스러운 감이 있는데, 읽을수록 퍼즐이 맞춰지며 태고를 배경으로 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꿰뚫는 작가의 의도가 읽힌다. 나머지 절반은 언제 읽게 될까... 
 
바가가즈링출루 숙소에서 지내는 내내 현지인들이 기르는 소 구경을 많이 했다. 캠프에서 기르는 소들은 아니라서 울타리 안으로 넘어오면 내쫓기도 하는데 적극적으로 내쫓는 건 아니라서 가까이에서 쳐다볼 기회가 많았다. 자세히 보니 소들이 참 예쁘게 생겼더라. 특히 송아지들이 아주 귀엽다. 몽골인들은 어린 양을 도축해서 먹는 걸 도덕적이지 않다고 여긴다던데 송아지는 어떨까. 이렇게 소, 양, 염소 등 동물들이 항상 곁에 있는 삶이라면 고기를 섭취하는 데에 더 신중해질 것도 같다. 
 

 
숙소 전경. 다른 팀들이 모두 떠나고 우리는 10시가 다 되어서 출발했다. 거의 24시간을 보낸 바가가즈린출루 숙소 안녕!
 

 
울란바타르를 지나 저녁이 다 되어 테를지에 도착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사진이 없다. 앞으로는 블로그를 위해서라도 사진을 수시로 찍어야지 결심한다. 
 
울란바타르에 도착하기 직전에 얼마 전 100주년 행사를 했다는 울란바타르 근교 도시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큰 마트가 함께 있는 곳이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들르는 곳이라고 한다. 피자와 몽골 사람들 주식이라는 양고기 빵(?), 그리고 간단한 채소 요리를 먹었다. 마트에서 맥주를 사려고 했는데 술이 있는 곳에 통제선이 쳐있고 오늘은 술을 팔지 않는다고 쓰여 있다. 가이드님께 물어보니 매달 1일에는 술을 팔지 않는다고 한다. 알코올 중독 퇴치의 일환이라고. 이런 식으로 술의 유해성을 인식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술 적당히 마셔야지. 
 
울란바타르에 진입하고 나서부터는 차들이 거의 기어가기 시작했다. 울란바타르 남쪽의 Dunjungarav St. 이라는 자이산 근처의 도로였다. 자이산은 서울의 강남에 빗댈 수 있는 부촌으로, 값비싼 맨션, 레지던스 등이 모여있는 울란바타르의 한 지역이다. 가이드님 말씀으로는 울란바타르에서 테를지로 가려면 이 도로를 꼭 지나야 한단다. 여기를 지나간 이후에 울란바타르 시내 여행 욕심이 사라졌다... 시내 중심의 Seoul St. 라는 곳도 새벽까지 교통체증이 심하다고 한다. 최근 나라가 급속하게 성장하며 최대 도시인 울란바타르도 빠른 속도로 팽창 중인 것 같은데, 도시계획 관점에서 생각해 볼 여지가 많아 보인다. 한국 기업이 시행하는 울란바타르 지하철 공사가 조만간 시작한다고 하는데,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 
 

 
울란바타르에서 젊은 가이드님을 내려드리고 우리 셋은 동쪽의 테를지로 향했다. 시간이 늦어져서 칭기즈칸 기마상은 포기하고 승마를 택했다. 우선은 테를지 대표 관광지인 거북바위에 도착했다. 대단한 건 없으나 대단히 큰 거북이 모양 바위가 있다. 한국에 두고 온 우리 거북이가 생각났다. 호텔링한 렙타일샵 사장님 말씀으로는 엄청나게 잘 먹고 잘 지냈다고 한다. 어떤 사료를 줘도 맛있게 잘 먹었다고. 장하다. 
 
사진의 돌무덤이 지나가다가 종종 보이기에 가이드님께 여쭤봤더니 사람 무덤이라고 하시던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근처의 신에게 안녕을 기원하는 돌탑 같은 것이라고 한다. 몽골인 가이드님 왜..? 언어 때문에 생긴 미스커뮤니케이션이겠지. 
 

 
거북바위 다음에는 아리야발(Aryapala) 사원에 방문했다. 오후 여섯 시까지 입장할 수 있다고 나와있었는데, 여름이어서 그런지 여섯 시 조금 지나서도 들어갈 수 있게 해주더라. 차에 오래 앉아있어서 몸이 찌뿌둥했는데 가볍게 등산하는 코스여서 좋았다. 날씨는 계속 흐렸다. 
 

 
마침 여행 직전에 티베트 여행 유튜브를 보고왔던 터라 이 원통들이 반가웠다. 원통을 돌릴 때마다 불교 경전을 읽는 효과가 난다고 한다. 몽골 사람들은 과반수가 티베트 불교를 믿는데, 우리 가이드님은 교회에 나가신다고 했다. 
 

 
사원 꼭대기에서 바라본 몽골의 알프스 산맥이다. 지금도 충분히 예쁜데 날씨가 좋으면 훨씬 아름다웠을 것 같다. 
 

 
사원 오르는 길에 찾은 경전 문구 하나. 그래 중생들아 아둥바둥 겨루지 말자. 코메디란다. 문구들이 전반적으로 잔인한 편이었다. 
 

 
고대하던 승마! 몽골에서 우리는 두 번의 승마를 했다. 두 번째 승마에 비하면 테를지에서의 승마는 아주 평온했다. 남편이 탄 말이 이제 퇴근하고 싶다는 듯 멈춰서곤 했지만, 쳉헤르에서의 두 번째 승마에 비하면 이건 말썽도 아니었다... 내가 탄 말은 비가 온 직후의 땅이라 한 번 미끄러지기는 했지만, 이외에는 얌전하게 잘 걸어가 줬다. 사실 마부가 앞에서 우리 말들을 내내 이끌어 줬기 때문에 말썽이 생길 일이 없었다. 말을 탈 때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 약간 흐린 날씨에 하는 승마가 오히려 운치 있고 좋았다. 우리가 오기 직전까지는 하루종일 비가 와서 다른 사람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던데, 다행이었다. 
 

 
4박 5일을 함께한 미쓰비시 SUV를 찍은 사진이 있기에 한 컷. 무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험한 몽골 도로에서는 튼튼한 일본 차가 최고라는 가이드님의 일본 차 찬양에 없는 애국심이 살짝 생길 뻔 했지만, 오프로드도 거뜬한 일본 차, 인정이다. 일본에서 건너온 중고차라서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는 것은 단점. 몽골 도로는 웬만하면 왕복 2차로라서 추월하기 위해 반대편에서 차가 오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보니, 가끔 가이드님이 반대편 차를 못 보고 추월을 시도하실 때 조마조마하긴 했다... 
 

 
우리가 몽골 여행 내내 마셨던 그 술이다! 어떻게 읽는지는 까먹었다. 찾아보니 인삼, 계피 등의 약재가 들어가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집 찬장에도 두 병 들어있다. 이 날은 한국인들 입맛, 특히 남편 입맛에 딱이었던 허르헉과 함께 먹었다. 숯불에 잘 구워서 그런지 허르헉의 고기 냄새는 나쁘지 않았다. 나는 감자가 맛있었다.
 
테를지 숙소가 아주 좋았는데 사진이 없다. 감흥이 없었나보다. 생긴 지 1-2년 정도 되어보이는 신축 숙소에다가 내부 화장실까지 있었다. 전기와 온수도 24시간 사용할 수 있었다. 웰컴 백 투 문명. 짐작컨대 숙소 사장이 한국인인 것 같았다. 가이드님이 테를지에는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숙소가 꽤 많다고 했다. 사실 우리가 원래 예약한 숙소는 다른 곳이었는데 숙소 측에서 오버부킹을 했다고, 미안하다며 이곳을 예약해 주었다. 믿거나 말거나 원래 가려던 숙소보다 숙박비가 비싼 곳이란다. 성수기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 것 같다. 숙소가 쾌적해서 화를 내기도 애매했다. 이 날은 비가 억수로 내렸다. 다음 날 쳉헤르까지의 이동이 걱정되는 수준의 억수였다. 그리고 걱정은 실제가 된다...